Sherbet


긴긴밤 (2021)
땀 2023-08-02 21:42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 있던 모든 이의 긴긴밤을, 그 눈물과 고통과 연대와 사랑을.


  노든의 삶에서 상실이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 중도까지 마음이 참 힘들었습니다.
저는 두려운 게 제법 많은 겁쟁이 어른이라 노든의 삶이 나의 삶이었다면 정말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침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데 너무 집중해서 읽어버렸던 건지 치쿠의 끝을 보았을 때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짚고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어요.
다른 무엇보다 치쿠에게 한 번 더 정어리 눈꼽만 한 코뿔소라고 불리고 싶어 장난을 걸던 노든의 마음이 제 속에 크게 남아서 더욱 그랬습니다.

 후에 가서는 복수심으로 분노하고, 소중한 것들을 모두 빼앗겼음에도 결국 살아가기로 하는 노든을 보며 복잡함 심정이 들었어요. 그치만 그래요, 저를 애타게 부르는 어린 펭귄을 향해 몸을 돌려 달려가던 코뿔소는 더는 복수심만이 제 삶의 이유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거겠죠.

  살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 찼던 이도 언젠가 뜻하지 않게 마음이 꺾여버리는 순간이 찾아오게 될까요. 분명 고단한 긴긴밤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게 되기 마련이겠죠? 그땐 부디 악몽 없는 잠을 위한 누군가의 다정함과, 내 곁을 떠날 줄 모르던 사랑하던 이와, 이별이란 이름으로 기껍게 내 등을 밀어주던.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 있던 모든 이의 긴긴밤들을 기억하고 끝내 살아가 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