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세 번은 봐야하는 영화.
처음 이 영화를 알게 됐을 때 분명 좋은 작품임을 알면서도 좀처럼 보기가 두려웠다. 말해주는 이야기와 감정들이 내게 어떻게 박힐지 알 수 없으면서도, 알 거 같아서다. 그렇게 그토록 외면하고 미루던 숙제를 마주해야 하는 날이 왔고, 나는 겁쟁이가 되었다. 40분가량을 봤음에도 불편하고 답답한 것을 담아내지 않으려고 밀어내려는 모습을 나를 알아봤기 때문이다.
은희의 일상과 생각, 마음에서 공통점을 찾을 때마다 한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때의 나는 어땠는지, 은희는 어땠는지. 좋았던 순간보다 나빴던 순간이 앞서 떠오르는 게 참 미울 정도로 영화는 흘러갔고 나는 이 수류에 몸을 맡긴다. 그러니 영화의 끝에서는 '은희'가 되어 선생님의 편지를 읽고 있었다.
벌새는 잔잔하게 위로와 따뜻함을 두 손바닥 위에 올려준다. 그럼 나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난다. 무기력한 지금의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누구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또 행복하다 느낄 수 있을까. 나쁜 일이 닥칠 때는 슬픔도 고통도 모르는 돌멩이가 부러웠는데, 만약 돌멩이가 된다면 나쁜 일만큼의 기쁜 일을 느낄 수 없을 테고 누군가에게 나누는 행복을 알지도 못할 테지.
이제 나는 벌새처럼 누군가의 빈 두 손위에 위로와 따뜻함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얼굴만 아는 것이 아닌 마음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이렇게 마음이 피어오르는 것으로 텅 빈 마음에 벌새를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