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bet


더 랍스터(2015)
눞 2023-06-30 23:50

사랑하지 않으면 죽는 세계관 VS 사랑하면 죽는 세계관

영화는 극단적인 모습을 계속 비춘다. yes or no, 커플or솔로 이렇게 말이다. 단 두가지로 세상을 나눠본다는 게 이런 걸까? 전혀 어떤 이득도 없이 기묘함을 끝없이, 계속 느꼈다. 이상한 규칙으로 짜여진 환경에서 같은 옷을 입고 움직이는 것으로 얼핏 똑같은 사람들을 구분할 수 없기도 했다. 그리고 인간은 하지 말라면 하고 하라면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고 끝까지 상대를 사랑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모든 설정과 연출, 미장센들은 잔잔하면서 휘몰아치는 것과 같아 지루할 틈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나는 그 중 음악이 가장 좋았던 거 같다. 클래식이 깔리고 슬로우 모션으로 진행되는 순간이 꽤나 독특하고 영화의 이상함을 더 강조하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음악은 우울하기 짝이 없지만 오가는 대화가 밝은 것도 기묘했었다. 그렇다... 영화는 정말 이질적이야, 이상해! 이게 대체 뭐야??하는 의문밖에 없었다.

홀로 남겨진 여자의 엔딩을 끝으로 '더 랍스터'의 뜻을 이해했고 영화의 톤만큼 밝지 못한 인간의 본능을 알게 된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지만 결국 혼자 살기 위해 타인을 버린다는 것. 타인이 아니라 나를 위한 생존본능만이 남는다는 것. 이분법을 까면서 영화는 같아질 수 없음을 말한다.(이것이 감정이든, 모습이든 무엇이든 말이다.)

우리는 다르기에 끌리고 멀어지며, 같기에 끌리고 멀어진다. 이것은 그 누구도 정할 수 없다. 정의하려 드는 건 영화가 강박적이고 집착적일수록 우리가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과 같다.

시간이 된다면 감독의 전작도 감상해봐야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