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감정을 아는 것,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거 같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진심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알 수 없으니 자신을 속이게 되고 속인 걸 그대로 믿는 경우가 많다. 갈팡질팡 움직이면서 이곳저곳에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 잦아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흔들거리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면 안정적이기 힘들어진다.
옷을 고를 때만 해도 눈이 가는 대로 집어 대보고 마음에 든다면 입어보기도 한다. 옷 고르는 것 하나에도 몇 번의 선택을 필요로 하는데 삶을 살아가는 것, 사랑하는 것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존재하겠는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엉망진창으로 살 수밖에 없다. 원치 않은 말로 상처를 주거나 겪고 싶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려지는 것처럼, 누구든 최악이 되는 게 당연하고 누구든 성장하고 달라지는 것도 당연하다.
나는 울리에 가 이것저것 해보면서 배워온 것들을 쓰는 장면들이 마음에 들었다. 의사라고 하며 아이를 안아주면 나중에 마약쟁이가 된다고 한다거나(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악셀의 마지막을 사진을 남겨주다가 에필로그에서 사진작가로 일하며 가정이 생긴 에이빈드를 마주하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당장 내가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후에 쓸 일이 생기는 것 같아서였다. 영화를 본 뒤에 생각을 해봐도 당장 이렇다 할 생각을 내놓기가 어려웠다. 울리에 가 털어버린 생각을 전달받은 것처럼 말이다.
바로 1년 전에 나온 영화라 그런지 영화에 담긴 사회적인 문제나 분위기 같은 것만으로도 꺼낼 말이 많지만... 이 또한 정리가 되질 않는다. 정보량이 너무 많다...
당장은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세상 최악의 인간' 원제를 다시 읽어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