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 회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평소 감상문을 적는 스타일이 있어 다소 문체가 딱딱한 점 양해 부탁드려요.
중화권 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언어적으로 거부감을 심하게 느끼는 편이 아닌데도 보는 족족 그다지 재미가 있었다는 감상이 남지 않은 게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그저 운이 나빴던 걸 수도 있지만, 보았던 작품들 대부분이 상당한 호평을 받던 작품들임을 생각하면 그냥 중화권의 감성이 내 취향이 아닌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 <소년시절의 너> 또한 주제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중화권에서 만든 10대 로맨스의 뉘앙스가 느껴졌고 실제로도 그런 내용이었으며 보는 내내 ‘인터넷 소설 같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영상미 좋은 2000년대 인터넷 소설의 영상화
한 문장으로 감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가끔씩 화면에 잡히는 장면 장면들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특히 학생들의 교복을 제외하면 철창과 더불어 무채색의 감옥같은 느낌을 주던 학교에서 처음 샤오베이의 집으로 갈 때 펼쳐지던 초록빛 배경이나, 첸니엔과 샤오베이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의 장면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만 영화는 화보가 아닌 스토리를 가진 영상물인 이상 화면 연출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주긴 어려운 점이 많다고 본다. 오히려 뮤직 비디오 였다면 좋았을지는 모른다.
허울만 남은 학교 폭력이라는 주제
차라리 한 쪽만 진지하게 다뤘으면 좋았을까, 학교 폭력은 학교 폭력대로 표현의 수위가 높고 와중에 첸니엔과 샤오베이는 세상에 단 둘만 남은 사람들처럼 애절한 로맨스를 찍는다. 그 두 간극이 이도저도 아닌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분명 영화의 인트로 에서 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느꼈으면 좋다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었는데 다 보고 나서는 도대체 어디서 그 희망을 느껴야하지? 싶었다. 오히려 과열된 입시 경쟁에서 비롯되는 학생들 사이의 견제나 학교 폭력 등에 집중한 진지한 스토리였다면 더 나앗을 것 같은데, 영화는 샤오베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미묘한 2000년대 노란장판 감성의 인터넷 소설 스토리를 끌어갔다. 이는 학교 폭력이라는 주제는 뒷전으로 밀어놓으며 단지 로맨스의 걸림돌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너는 세상을 지켜, 나는 너를 지킬게. 라는 영화의 캐치 프레이즈도 등장하는 대사 또한 굉장히 뜬금없었다. 그런 암시가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는데, 대체 첸니엔은 왜 갑자기 세상을 지킬 생각을 하고 싶어졌단 말인가? 물론 과열된 입시 경쟁 속에서 공부에만 집중하고 베이징 대학에 가는게 유일한 소원 같은 첸니엔 에게도 이런 소망이 있다, 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지킬게, 라는 샤오베이의 다음 대사가 그저 명대사를 위한 명대사 같았다. 쓰고 싶은 대사가 있었으니 썼을 뿐, 그 맥락은 고려하지 않은 사용처럼 느껴졌다.
이럴거면 차라리 인소를 읽지요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웹소설 원작의 영화라더라. 그렇다면 끝으로 갈수록 흐지부지하게 뭉개져 가는 학교폭력이라는 주제와 로맨스를 감안해줄 순 있다. 다만 이 영화가 2019년 개봉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우리나라 작가로 따지자면 귀여니 같은 걸텐데, 2019년에 귀여니 소설 원작의 영화를 누가 보고 싶어 한단 말인가. 주동우의 연기가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하나 개인적으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서도 그렇고 주동우의 연기가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취향이 아닌 듯하다. 샤오베이는 잘생겼다는 생각을 쭉 했는데 영화를 다 본 이후 찾아보니 아이돌 출신의 배우였다. 그걸 알고 나니 정말로 늑대의 유혹에 나온 강동원 같은거라는 생각에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아무튼 답답한 현실 속 탈출구 같은 위험한, 세상에 단 둘만 남은 것 같은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법한 영화였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감상문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