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는 게 이번이 두 번째다.
홍콩영화를 잘 모르는데 워낙 유명해서 리마스터링이 됐을 때 관심이 생겼었고 이 영화를 처음으로 보게 됐다. 그때의 감상을 흐릿하게나마 아직도 기억하는데, 매우 혼란스럽고 이해가 잘 되지않아서 이게 왜 인기가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단지 내가 이 감성이 맞지 않는거라고 생각했다.
거의 1년이 안 됐을 오늘, 다시 중경삼림을 보게 됐다.
그동안 시선이나 생각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전과는 다르게 다가왔었다.
우선적으로 색감이 너무 좋아 그림 공부에 도움이 될 거라는 걸 새삼 느꼈었고 영상기법이나 연출방법들이 몽롱해서 꿈을 꾸는 것처럼, 내가 어항 속에 담겨져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 특유의 분위기가 하나의 색깔이라 조금 어지러운 컷들이 반복되더라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223의 이별과 663의 이별은 바보같고 구질하고 미련이 가득했는데 어떻게든 잡고 늘어져가며 질질 끄는 모습이 미쳐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이별을 겪은 사람이겠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사랑한 마음을 쉽게 잊기란 쉽지 않으니까. 바보 아니야? 하며 보다가 영화 속에서 의미하는 중요 대사들이나 상징성을 띤 물건을 보여주면 비명을 질렀다. 가볍게 감상했다보니 금방 영화가 끝났던 터라 긴 분석은 하지 못하지만 223과 663이 떠나보낸 사람과 스치듯 만나게 되는 사람으로 이별을 정리하는 모습들이 재밌었다. 또 결과적으론... 공부하기에 정말 좋은 영화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