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게 되는 주인공이 아이 로봇이라는 점에서 사랑의 본질적인 순수함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자식이 부모에게 바라는 맹목적인 결핍이 마틴으로 비춰졌을 땐 영악함이 컸지만 데이빗을 통해서는 쓸쓸하고 슬프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 사랑의 끝이 어떨지 알고 영화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많은 충격을 선사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로봇에 대해서, 진짜와 가짜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인간의 기행을 비유적으로,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노예제도를 연상케 했고 가장 참혹한 순간은 로봇 축제였다. 강압적이고 지배적인 민낯을 보여주지만 주인공이 아이 로봇이라서 인간의 보호본능을 보여줬다. 이상하고... 기묘했다. 잔인하다가 아리게 소중한 감정을 다루는 걸 보여주면 받아들이기에 있어서 혼란스러움이 컸다.
나는 섹스로봇인 조가 데이빗을 도와주고 자신을 기억해달라면서 이별하는 순간이 참으로 슬펐다. 기억하는 한 죽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라서 조가 죽고싶지 않다고 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입력된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로봇들이 고통을 느끼는 센서를 달고 있는 것부터가...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SF물에서 로봇과 인간의 차이와 공통점을 보여줄 때가 많은데 매번 볼때마다 보여주는 방식이나 내용이 조금씩 달라서 생각을 많이하게 된다. 이 영화 또한 그래서 한참 생각하게 되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