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이 망할 한국 사회. 망할 한국 가정. 망할 가부장... 그런 것들을 열심히 씹어대며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초반에 은희가 문을 열어 달라고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는 장면.. 상식적으로 문이 안 열리면 뭔가 이상하다거나, 자기 집이 아니라는 걸 알 수도 있었을 텐데 지독하게도 한참을 소리 지르는 걸 보며 예전에도 어떤 식으로든 문을 열어주지 않은 적이 있다고 짐작했다...는 어떤 분의 감상을 보고 입을 떠억 벌리고 말았네요
딸이 도둑질을 했다는데도 그냥 경찰에 넘기라며 전화를 끊더니 수술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는 우는 아빠와 자기 기분에 따라 동생을 줘패면서도 수희가 사고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침 식탁에서 눈물을 쏟는 장남을 보면서는 참 기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 그걸 보며 어떤 사람들은 슬퍼야 할 순간도 학습해서 눈물을 흘리는 거 같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은 본인 작품의 인물들인 만큼 나쁘게만 그리고 싶지 않으셨고, 승자 없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빠와 오빠 또한 억압된 인물들이라고 생각해 그런 표현을 했다고 하시네요
그러나 아빠는 결국 엄마와 물건을 부수며 싸울 거고 엄마는 얌전하지 못한 딸들에게 욕을 할 거고 오빠는 자기 기분대로 동생을 줘패는 삶을 계속 살겠죠..
사랑이라는 건 대체 뭘까요?
가족이란 참 복잡한 인간 관계네요..
비록 순간이었지만 은희에게 인생을 살면서 계속 구심점이 되어 줄 수 있는 영지라는 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영화 막바지에 나 사실 너 좋아한 적 없거든 이라고 말하는 은희가 무척 대견해 보이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