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의 수술이 끝나고 제 혹 어디 갔어요? 어디로요? 하고 묻는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아주 중요한 것을 찾는 듯한 물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희의 혹은 자기 편이 아닌 것 같던 아빠를 울게 하고 엄마가 고기반찬을 밥그릇에 올려주게 하고 틀어졌던 단짝 친구와 화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병원에서 후배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은희가 좋아하는 영지 선생님이 찾아오기도 하고요. 목에 흉터가 남았지만 은희에게는 기쁜 일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그래서 영지 선생님의 편지의 문장은 벌새라는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쁜 일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이 함께한다는 것. 친구와 싸운 것은 나쁜 일이지만 영지 선생님과 처음으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은 기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언니인 수희가 사고를 당하지 않은 것은 결국 기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영지 선생님이 떠난 것은 나쁜 일이지만 은희에게 어떠한 가르침을 준 기쁜 일이기도 할까요?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학원을 그만둬서 미안해. 방학 끝나고 연락할게. 그때 만나면 모두 다 이야기해 줄게.
긍정적인 시선이 참 아름다운 감상문입니다